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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자연주의 시인 왕유(王維)를 만나다

by 청송백학 2024. 2. 22.

왕유(701년~761년)는 당나라 시인으로 이백(701년~762년)과 같은 해에 태어났으며,

자연주의시파의 거두이다. 왕유는 왕우승(王右丞)이라고도 부른다.

이백(李白)과는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맹호연(孟浩然)보다 12년 늦게 태어났다. 9세 때부터

시를 짓기 시작했고 [낙양여아행(洛陽女兒行)] 은 16세에 [9월 9일 산동의 형제를 생각하다

(九月九日憧山洞兄弟)] 는 17세 때, [도원행(桃源行)]은 19세 때의 작품이라 한다.

21세 때 진사시에 합격하여 20여 년간 관직에 몸담아 비교적 평온하게 지내다가 <안사의 난>

때 잡혀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아우 왕진의 도움으로 좌천된 것으로 감면받았다

이때부터 왕유는 불교를 믿게 되었고 이후 43세부터 58세까지 은둔기에 들어갔다.

이 시기의 왕유의 시는 자연을 벗 삼아 자연을 노래하는 시가 많았다. 

마지막 4년은 남전(藍田)에서 조용히 살다 세상을 떠났다.

왕유는 본래 한적한 생활을 좋아하였다. 30세를 즈음하여 아내와 사별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며

종남산에 은거하며 홀로 살았다. 종남산에서 자연에 탐닉하여 자연에 대한 시를 남겼다.

또한 왕유는 그림에도 뛰어나 남종화(南宗畵)의 비조로 알려져 있으며 현존하는 398수의 시중에서

전기에는 애국적인 시를 지었으나 대부분의 시는 전원생활과 산수풍경을 노래한 시이다.

특히 왕유는 시에 색채이미지를 부여하고 선과 빛과 소리의 어우러진 표현으로 유명하다.

찰나적인 자연의 인상묘사에도 뛰어났다.

왕유의 시의 세계를 감상하여보자, 현대의 감각을 살려 누구나 쉽게 읽고 느낄 수 있게 써 보았다

청계(靑谿)

황하천으로 들어가 항상 청계의 물 좇는다

산을 따르면 만 번을 굽이 돌지만

간 길은 백리도 되지 않는다.

소리는 어지러운 돌 속에서 울려 퍼지고

빛은 깊은 소나무 숲 속에서 고요하다

연꽃은 물위에 찰랑찰랑 떠 있고

갈대는 맑고 맑은 물에 비치고 있다

내 마음은 본래 한가롭고

청계의 물 이처럼 맑으니

반석위에 머물면서

낚시질하면 그만일 텐데



이 시는 왕유가 아내와 사별한 뒤 종남산에 머물며 지은시이다. 종남산은
섬서성에 있다.

시를
 읽으면 초입부에 황하천으로 들어 가는 길을 물을 따르며 간길은 백리도 되지 않는 길을 

굽이 도니 가히 상상이 간다. 어떤 길인지 산 능선을 타고 계곡 물길을 따라 굽이굽이 가다보니

만 번을 돈다는 표현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소리와 빛을 대치시켰다.

물이 바위를 치며 흐르는 소리와 깊은 계곡 소나무 사이로 엷게 스며들어 비치는 빛이다

흔히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의 빛의 명암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번의 진수가 나온다

연꽃은 물 위에 찰랑찰랑 떠 있고, 갈대는 맑고 맑은 물 위에 떠 있다

이 구절도 찰랑찰랑, 맑고맑은 으로 묘사 함으로 동적인 묘사와 정적인 묘사를 병행했다

동적인 소리와 정적인 빛으로, 동적인 찰랑찰랑과 정적인 맑고 맑은으로 표현했다.

이것이 바로 변려문체이다. 댓구와 운률을 맞추는 것.

 

산속의 가을저녁(山居秋暝)

 

빈 산 새로 내린 비 막 갠 뒤

날 저물어 가을이 깊어졌다

밝은 달 소나무 사이로 비치고

맑은 샘물은 돌 위로 흐른다

대나무 숲 시끄럽게 빨래하는 아낙네들 돌아가고

연꽃 요동치게 고깃배가 내려가네

봄날의 향기로운 꽃 없어진들 어떠리

은자만 절로 머물만 한 것을


이 시는 왕유가 유람 중에 지은 시로 아마도 강이 있는 주변에 기거하면서 지은 시 인듯하다

가을 저녁에 새로 내린비가 개였다는 것은 아마도 소나기가 거쳤다는 것일 듯하다

강이 있고 고깃배가 움직이고 강주변에 대나무숲이 있고 대나무숲속의 맑은 물에 여인들이 

빨래하며 시끄럽게 떠들다가 날 저무니 빨래통 들고 사라졌다는 것이 아닐까?

이 또한 동적인 모습, 소리 정적인 모습들이 어우려져 있다.

자연의 모습, 전원풍경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종남산(終南山)

 

태을 봉우리는 하늘과 가깝고

잇닿은 산은 바다끝까지 뻗쳐있다

사방으로 흰 구름을 둘러 보니 한데 모여들고

푸른 안개 속 들어 가 보니 아무것도 없다.

땅의 경계는 중봉에서 바뀌고

개고 흐림은 많은 계곡마다 다르다.

투숙할 곳 찾으려고

물 건너 나무꾼에게 물어 본다


종남산은 장안(지금의 섬서성 서안시)남쪽으로 뻗어 있는 진령산맥이다

가히 짐작하건데 산맥이라니 얼마나 산은 높고 계곡은 깊을까, 하니 땅의 경계가 그곳

어디엔가 있고 잇 닿은 산이 바다끝까지 뻗쳐있겠는가 

그러니 구름이 모이고 날이 개고 흐림이 계곡마다 달랐을 것이다.

이 시를 한자로 표현한다면 운과 율이 있고 서로 대구가 있다.

옮기지 않음은 한자로 변환하려면 모니터에 얼굴을 가져다 대어야 하기에 하지 않기로 했다.

왕유의 자연과 전원생활을 노래한 시는 그대로 읽어도 시의 느낌과 감흥이 우리에게 닿기 때문이다.

종남산의 광활한 모습을 장대하게 표현하며 시의 도입을 잡고 자연의 변화무상함을 그려내고

아주 조용하게 투숙할 곳을 찾는 나그네의 모습으로 물건너 나무꾼에게 길묻는 것으로 정점을 찍었다.

 


죽리관(竹里館)

 

홀로 고요한 대나무 숲에 앉아 

거문고를 타다가 길게 휘파람 불어 본다

숲이 깊어 사람들은 알지 못하되

밝은 달이 다가와 나를 비춘다.


이 시는 왕유가 은둔 생활 중에 지은 시이다.

비록 관직에서 떠났으나 원래 원하던 삶이었기에

유유자적하니 대나무 숲에  홀로 앉아 거문고를 켠다는 것이다 

또한 대나무 숲에서 거문고를 타니 대나무의 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작가는 휘파람을 불어 맞춘 듯하다.

깊은 대나무숲과 긴 휘파람소리

사람소리 없고 교교히 흐르는 달빛을 가져다 앉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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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채(鹿砦)

 

인적 없는 빈 산

들리는 건 사람의 말소리 울림뿐

석양빛은 깊은 숲 속까지 들어와

다시 푸른 이끼 위를 비추네


이 시는 왕유의 말년 작이자.대표적인 산수 시이다.

녹채는 망천의 한 지명 이름이다.

망천에서 쓴 시 20수 중에 4번째 시로 이미 망천의 삶에 들어 와 있는 것이다.

산수를 사심없이 보인대로 쓴 시이다.

빈산, 사람소리 울림, 석양빛, 푸른 이끼 등 보이는 그 대로 산수를 읊은 것이다.